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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되는 농촌 아이들] 예진의 하루

  • 부산일보
  • 2005-05-04
  • 조회수 583

놀 친구없어 심심동생과 TV보면서할머니만 기다려...


예진(8·가명)이는 오늘도 할머니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났다. 할머니가 공장 일을 나가시는 날이
라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쁘신 것 같았다. 할아버지와 같이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학교로
향했다.
집에 두고 나온 동생들도,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도 모두 걱정이 되지만 별 수 없다.

'생명학교' 아저씨들이 보내주는 통학버스가 왔다. 한 달 전부터 타고 다닌다. 한 달 전까지만 해
도 학교를 가기 위해선 30분이나 걸어야만 했다. 다른 아이들은 아빠 차나 학원버스,어린이집 버
스로 학교에 다니지만 그런 건 꿈도 못꿨었다. 그래도 1시간 이상 걸어서 오는 아이들에 비하면
괜찮은 편이었다. 걸어다닐 땐 학교를 가기 위해 4차선 도로를 건너면서 과속으로 달리는 차량
들 때문에 무서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학교에 도착하면 다리에 힘이 빠지곤 했었다.

수업이 끝나자 마자 동생들이 생각나 곧장 집으로 왔다. 할아버지는 방안에 누워계시고 동생들
은 마당에서 흙장난이 한창이었다. 동생들을 데리고 인근 놀이터에 나갔다. 놀이터는 이미 텅 비
어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학원이나 어린이집 등에 간 모양이다. 동생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지
만 먹을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동생들과 함께 TV를 보면서 할머니가 돌아오
시기만을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우리집은 할아버지가 장애인인데다 할머니가 공장을 다녀야 하는데도 아버지가 생계용이지만
중고차량을 갖고 있어서 정부에서 도와주지 않는다고 동네 아저씨가 말씀하셨다. 생명학교 아저
씨는 "차라리 아빠가 트럭을 팔아버리면 오히려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얘기도 하셨다.

할머니는 어제 내가 잠든 사이 아빠가 다녀갔다고 말씀하셨다. 오늘은 꼭 아빠를 보고 잘거라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이제 9시밖에 안됐는데 자꾸만 눈이 감긴다. 오늘도 아빠를 못볼 것 같
다. 김진성기자